한일 음식의 차이로 한국과 일본의 국민성 차이를 해설한 글입니다. 글쓴이는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를 낸 재일교포로 자기 경험과 여러 문헌을 참조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 예로 든 음식과 음식문화는 김치와 타쿠안(단무지), 비빔밥과 가이세키(정식, 코스 요리), 덤과 오토오시(이자카야의 기본 안주)입니다.
다음은 일본 칼럼내용입니다.
댓글반응은 잠시후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칼럼 내용>
음식의 차이로 알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 3가지
개인은 사이가 좋은데 나라는 왜 계속 옥신각신하는 걸까? 한국에서 새 정부가 탄생한 지금 양국 관계는 어떻게 변해갈까? 도대체 무엇을 이해해야 한일 갈등이 해결될까?
‘최강의 일하는 법’, ’일류로 키우는 법’ 등의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김무기 씨가 이에 답한다. 교토에서 태어나 한일 양국의 문화 속에서 자랐고, 세계를 누비며 배우고 일하면서도 철이 들 때부터 40년간 한일관계를 생각해 왔다.
한국과 일본, 쌍방의 시점과 서로의 오해, 각각의 가치관을 정리한 신간 ‘교토에서 태어난 일본식 한국인이 40년간 철저히 비교했기 때문에 쓸 수 있었다! 그렇구나, 한국과 일본은 그런 나라구나: 문화·아이돌·정치·경제·역사·미용의 최신 글로벌 한일 교양서’가 발매되었다. 인생을 통틀어 저자가 가장 쓰고 싶었던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
본 기사에서는 그중에서 음식의 차이로 알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 3가지에 대해 해설한다.
■40년간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계속 생각해왔다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저를 기억하고 있는 분은 오랜만입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미디어 활동을 멀리했었는데, 그건 일하면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아이도 둘 태어나 부인에게 쥐여살며 ‘동아시아 제일의 육아맨’을 목표로 육아에 분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 낸 ‘글로벌 한일 교양서’ 집필에 2년 반이 걸렸기 때문이다.
40여 년에 걸친 나 자신의 체험에 더해 2000년에 달하는 양국 관계에 관한 한국과 일본 측의 역사적 문헌과 학술 논문, 영어·중국어 문헌을 읽었으며, 여러 전문가분께 몇 번이나 내용을 확인해 겨우 완성한 책이다.
그리고 7년간 계속된 미세스 펌프킨의 인생 상담이 아무런 예고 없이 끝나 버린 건 오로지 내가 미세스 펌프킨의 원고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싶다(펌프킨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오늘이 신간 발매일인데, 앞으로의 새로운 한일관계에 관해 심히 외람되지만 내가 40년간 생각해 온 사항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코로나로 인한 장기간의 이동 규제도 서서히 풀리면서 최대 관문이었던 '나리타 공항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는 거야 문제', 'PCR 검사는 몇 번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거야 문제', '의미 없어 보이는 앱을 몇 개나 내려받아야 하는 거야 문제'가 해소된 지금, 오랜만에 한국에 놀러 가려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실제 보도에서도 한국 영사관 앞에 비자를 발급받기 위한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에 놀러 가거나 일하러 갔을 때의 일상생활, 바로 식사에서 드러나는 한국과 일본문화의 결정적 차이에 관해서 여러분께 설명하고자 한다(아래 비교는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경향의 차이이며, 이른바 '한국인 같은 일본인'도 '일본인 같은 한국인'도 많다).
■음식문화 차이로 알 수 있는 '한일 국민성의 차이'
한국인과 일본인은 기본적으로 음식문화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한국에서는 ‘초밥’과 ‘돈가스’가 붐이고, 실제로 내 친구들도 일본에 오면 돈가스 맛집을 찾아다니는 데 열심이다.
참고로 한국의 초밥 만드는 수준도 상당히 높아져 일본의 고급 음식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 가게가 늘었지만, 한국의 돈가스는 일본의 돈가스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한국이 소득 수준에서 일본을 추월했다고 하지만, 돈가스의 질은 아직 일본이 압도적 선진국이다).
그런데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큰 소동이 일어나는가 싶더니만, 명동과 강남의 (일본식) 선술집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메밀국수’와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큰 소리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외국 음식은 일식’이라는 한국인도 매우 많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에서 야키니쿠(불고기)는 이제 일식에 편입될 기세이고, 김치도 가정에 보급되고 있다. 한식당도 신오쿠보의 한인타운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 존재하며 한국으로 맛집 투어를 떠나는 여성들도 매우 많다.
한일 양국의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서로의 음식문화이지만, 양국을 40년 동안 봐온 나는 한국과 일본의 국민성 차이가 ‘세 가지 음식문화의 차이’에 나타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한일 음식문화에서 나타나는 '양국의 국민성 차이'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우선, 대표적 음식인 ‘김치’와 타쿠안(단무지)으로 음식문화의 차이를 살펴보자.
[1] 김치와 타쿠안,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드러나는 뜻밖의 차이
한국은 김치, 일본은 타쿠안·우메보시라고 할 정도로 대표적인 절임 음식도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일식은 다시(다시마·가다랑어포·멸치 등을 끓여 우린 국물)나 식초를 사용한 것이 많기 때문에 달거나 시큼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타쿠안이나 우메보시를 많이 먹어도 어쨌든 짜거나 시어서 참을성이 강해지는 것 같다.
이에 비해 한국은 고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뭘 먹든 맵게 먹어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제법 많다. 하지만 고추나 향신료를 많이 섭취하면 교감신경이 자극돼 체온이 올라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발끈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흔히 일본에서 “한국인은 화를 잘 낸다”라고 말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분명히 그렇다. 그러나 이는 결코 화를 잘 내는 DNA를 갖고 있다거나 종족적인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식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게 확실하다.
만일 일본인이 타쿠안이나 우메보시 대신 김치를 먹고 파래 대신 고춧가루를 뿌리면,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참을성 있는 국민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떨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음식문화의 영향은 '감정표현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비밀이지만 내 한국인 절친은 굉장히 화를 잘 내는데, 확실히 아주 매운 음식만 먹는다. 음식 문화에 영향을 받는 감정 표현의 차이를 개인적으로도 매일 실감하고 있다.
한국인 중에서도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이 여성은 우동이나 메밀국수에도 시치미(고춧가루 등 7가지 향신료를 넣은 양념)를 병째로 넣어 국물이 사천탕 같은 색을 띠게 한다. 종국에는 카레에도 시치미를 넣길래 ‘이건 좀 잘못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미국 과학아카데미가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에도 "음식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오랫동안 그 영향이 지속할 수 있다"라며 식사와 기질의 인과관계를 설명한 글이 실려 있다.
한국 드라마에 고함을 치는 사람이 많은 건 매운 김치를 많이 먹는 습관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음식문화의 차이로 알 수 있는 또 다른 양국의 차이는 ‘질서 있고 참을성 있는 일본’과 ‘뭐든지 섞는 성급한 한국’의 차이다.
[2] 질서정연한 ‘가이세키(일본식 코스 요리) 정신’의 일본, 섞어서 성급한 ‘비빔밥 정신’의 한국
아시다시피 일식은 작은 그릇이나 접시에 담겨 조금씩 나온다. 일식이나 프랑스 요리는 다음 식사가 나올 때까지 편하게 말할 수 있어 비즈니스 모임에 적합하기도 하다.
또 일본에서는 큰 그릇에서 각자 덜어 먹을 때 도리바시(음식을 덜 때 쓰는 젓가락)를 사용해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다. 젓가락의 용도 하나에서도 한국과 다른 인간관계의 거리가 드러난다. 나는 이렇게 무슨 일이든 조금씩 천천히 질서를 지키는 일본 특유의 모습을 ‘가이세키 정신’이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한국요리는 시키지도 않은 많은 양의 반찬이 접시에 담겨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전채 요리나 반찬이나 주요리가 순서 상관없이 한꺼번에 다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큰 접시나 냄비에 담긴 음식을 덜지 않고 먹는다.
■여러 식재료를 융합하는 '비빔밥 정신'
또 삼겹살이나 갈비도 단숨에 구워 먹기 때문에 식사가 빨리 끝난다. 게다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먹을 수도 없으며 아줌마가 와서 가위로 고기를 자르고(칼이 아니라 가위라는 점에서도 한국인의 조급함이 묻어 나온다) 빠르게 구워 주니 여러모로 식사 속도가 빠르다.
여담이지만, 양국의 비즈니스 장면에서도 일본 기업은 메일 교환이 메인이지만, 한국 기업은 상대가 대기업 투자회사라도 담당자와 휴대폰 채팅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일이 많다.
언론의 취재도 일본에서는 여러 명이 찾아와 정중하게 인터뷰한 후 기사의 원고를 보여준 뒤 기사화한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기자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자리에서 직접 기사를 타이핑하는 경우도 많다(참고로 한국에서는 속도위반 교통사고율도 일본보다 훨씬 높다). 한국인은 뭐든 속도를 중시한다.
또 한국에서는 많은 식재료를 융합해 새로운 맛을 내는 음식 문화의 경향성이 강하다. 되는대로 섞어 맛있게 만드는 ‘비빔밥 정신’이라는 것도 있다.
음식문화 차이에서 더욱 특징적인 것이 ‘선술집 기본 안주(오토오시)’의 차이다.
[3] '오토오시'도 청구하는 일본, 무료로 '덤'을 주는 한국
일본 이자카야(선술집)에서는 시키지도 않은 안주가 작은 접시 하나에 담겨 나오고, 그것이 요금에 추가돼 외국인 관광객과 갈등을 빚는 일도 많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대량의 안주가 나오고, 그것을 '무료로 자유롭게 리필'할 수 있는 가게가 흔하다.
또 접시도 1, 2개가 아니라 6, 7개가 나와서 주문한 메인 안주보다 분량이 많은 때도 종종 있다. 그리고 아무리 리필을 해도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오토오시 문화', 한국의 '덤' 문화
이를 두고 ‘덤으로 서비스해 달라’는 한국인의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문화라고 할 수도 있고, ‘호기롭게 대접하는 것’을 존중하는 문화라고 할 수도 있다.
또 한국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음료를 두 개 사면 한 개가 덤으로 따라오는 형식의 판매 방식을 취하는 가게가 많다. 한때는 인터넷에 가입하면 요금이 장기간 무료인 혜택뿐만 아니라 무려 '김치냉장고'가 사은품으로 따라오는 캠페인도 있었을 정도다.
'오토오시&덤 문화'의 배경에는 한국인은 '추가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제공'하고, 일본인은 '추가 요금을 꼼꼼히 청구한다'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계산 방법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체면상 전액을 내는 경향이 강하지만 일본은 상사와 식사하러 가도 각자 부담하는 일이 흔하다. 이런 일본인의 꼼꼼함은 좋든 나쁘든 경제활동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러분도 한국인과 밥을 먹을 때는 큰 그릇에 놓고 함께 먹으며 공유하고, 대화 중에 상대방이 화를 내더라도 '향신료 때문이다' 정도로 원만히 넘기고, 귀여운 미소로 가게 주인에게 서비스를 요구해보자.
그리고 한국인이 나이가 더 많다면 "형님!", "언니!! 잘 먹었습니다!"라고 응석 부리고, 반대로 자신이 나이가 많으면 전액 자신이 냄으로써 깜짝 놀랄 정도로 친근감이 생겨나 건설적인 관계가 구축될 것이다.
참고로 자신이 다 내도 한국에서는 감사의 말을 듣기 어려우므로, 일본인의 감각에서는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은혜를 모르는 게 아니라, ‘일본만큼 고맙다고 말하지 않는 문화’라고 이해하면 양국 간 인간관계의 위화감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아는 것이 첫걸음
신간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계속 생각해왔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양쪽의 시점과 정보를 하나로 묶어, 서로가 알면 대부분의 오해와 분노가 해소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후반부에는 지금까지 내가 친구나 가족에게도 말한 적 없는, 말하기 힘든 진심이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은 내가 3년간 온 힘을 다해 쓴 책이다.
세상에 이 책을 내게 되어 여한이 없고, 아이 다음으로 소중한 나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나 말고는 절대 쓸 수 없는 독특한 체험과 시각이 가득해 모든 일본인·모든 한국인·모든 재일코리안, 모든 도요게이자이 온라인 독자 여러분, 그리고 무엇보다 '어쩌다 SNS에서 보게 된 모든 분'이 읽어 줬으면 하는 책이다.
한국과 일본,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한일관계가 보라하는(BTS의 아미가 쓰는 용어로 '오래도록 신뢰한다'는 뜻) 큰 계기가 될 것이다.
번역기자: 푸른울림해외 네티즌 반응가생이닷컴 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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